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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정년 연장 보장해주는 너클볼!

MLB을 보다
지난 주 어린이날에 이어 이번주도 부처님 오신날이 월요일이었던 관계로 연휴가 이어졌다.
느즈막하니 일어나도 될것을 월요일에 맞춰져있는 신체리듬이
7시가 되기도 전에 침대에서 일어나게 만들어 버렸답니다.-_-

아침밥 일찍 먹고 TV앞에서 리모콘을 잡고 멍하니 채널을 돌리던 중
espn에서 하고 있는 MLB를 시선이 꼿혔습니다.

그 엣날 학창시절 다저스의 잘나가던 박찬호의 경기를 이른 새벽 보던 그 MLB 중계!
요즘은 그때만큼의 열정이 없는건지 사회생활로 찌든 피곤때문인지 TV중계보다는
인터넷신문이나 그날 스포츠 뉴스로 간간히 접할 뿐이었는데...

VS


막 2회를 시작하고 있던 경기는 보스턴 레드삭스 vs 미네소타 트윈스 였다.
두 팀 각각 AL동부, AL중부 지구 1회를 달리고 있는 팀들.

작년 우승팀인 보스턴이야 우리나라에서도 뉴욕 양키스 다음으로 인기 있는 팀일겁니다.
메니, 오티스, 베켓, 마쓰자카 등 유명 인기 선수들도 많습니다.
(김병현이 잠시 뛰기도 했었죠. 썩소와 함께 손가락 욕사건. ㅋ)
또, 거리를 걷다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야구모자 중 태반이 NY가 겹쳐진 양키스나
빨간 B 가 박혀있는 보스턴이죠.
D 의 디트로이트도 제법 되지만..팀을 좋아한다기보단 로고가 이뻐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을거라는 주관적 생각..-_-;


-디트로이트 로고 이쁘긴 하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애당초 약체로 평가받았던 팀이었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며
조 1위까지 치고 나왔다.
AL중보가 1위부터 5위까지 불과 4게임밖에 차이가 안난다고 해도 이번 리그 돌풍의
주역이 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6승2패를 한 것을
보면 결코 운은 아닌 듯 하다.

암튼 전통의 강호 와 신흥 강호의 대결이라고 봐야 하는 이번 경기가 무척이나
흥미있었지만, 휴일에 때이른 기상에 때이른 아침식사를 한 나에게 그다지
땡기지가 않았습니다. 잠이나 더 자까 고민 중이었기에..

팀 웨이크필드?!
하지만,  보스턴의 선발 투수를 보고는 리모콘을 슬며시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너클볼러로 유명한 팀 웨이크필드!
평소 포털 뉴스로 무수히 접하다 실제 겜하는 모습은 처음 본 것이었죠.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때부터 집중해서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팀 웨이크필드. 저 독특한 그립은 역시나 너클볼. 저 상태로 팔을 쭉~ 밀어 던진다.

오호...역시나 그의 너클볼은 대단했습니다.
중계방송에 비쳐지는 그의 공은 그립까지 그대로 보였고, 공의 무스먼트는 종횡무진!
보통 일반 투스들 공은 천천히 보여주는 리플레이화면을 봐야 자세히 볼 수 있었지만, 웨이크필드 공은 리플레이를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느릿느릿. 정말 느리게 가는 공(상대적으로)과 화면에서도 움직임을 그렇게 보이다니..
실제 타석에 선 타자들에게는 굉장히 난감할 것 같더군요.

좌우, 상하 정말 공 맘대로 움직입니다.ㅋㅋ

전담 포수 케빈 캐쉬 (전담 포수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날 이름을 첨 들었네요. -_-)도
공을 허둥대며 잡을 정도 였으니...
해설자는 그런 포수를 보고도 역시 점담포수라며 잘 잡는다고 하더군요. 켁~

물론 웨이크필드가 너클볼만 던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직구와 커브도 종종 섞어 던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뺐고 있었습니다.
카운트를 확실하게 하고 싶을때는 제구가 잘 되는 직구로 잡아주고
너클볼로 결정구로 삼고.ㅋㅋ

하지만, 이날은 너클볼이 제대로 제구가 안되는 듯 해보였습니다.
유인구로 던진 너클볼은 스트라이크존에서 한참이나 떨어졌고, 불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직구는 안타로 이어지는 악순환.
결국, 불과 2.2이닝만에 강판되고 안타 7개에 7실점. 결국 보스턴은 9:8로 한점차 패를
당하게 되죠.
공을 끝까지 보고 팀배팅을 하던 미네소타 타자들..한창 물이오른듯 하더군요.

웨이크필드가 강판당하고, 조아라 하는 메니도 라인업에서 빠지고,
(물론 대타로 한번 나오지만) 5회까지 보다 채널을 돌렸다.

너클볼에 대해 알아보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컴터를 켜고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너클볼을 알아보기 시작..
(나같은 인간이 많은 걸까...인기검색어에 너클볼이 계속 올라와 있네...ㅋ)


-너클볼 그립. 손가락 힘이 좋아야 한다.

"투수가 던진 공이 거의 회전하지 않고 홈플레이트(home plate)에서 예측 불가능하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떨어지거나 휘어지는 등 불규칙적인 변화를 일으켜 타자들이
치기 힘들어 하는 변화구의 일종이다.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으로 공을 잡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구부려 손가락 마디로
퉁기듯 던지는 투구법이다." - 두산대백과사전

슬라이더, 체인지업 과 달리 사전에 설명되어있는 너클볼의 내용은 무척이나 짧다.
그 내용도 상대적으로 부실하고. 잘몰라 이렇게 써놓은걸까?? ^^;

너클볼은 일반적으로 공의 회전없이 던지는 투구다. 맨유의 호나우도가 잘 찬다는
축구의 무회전킥처럼 공의 회전이 없기때문에 그날 필드의 바람, 습도, 온도 등등
경기 외적인 요소들이 작용해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결국 던진 투수도 어디로 날라갈지 모른다는 거다...-_-
(흔히 알고 있듯이 너클볼은 제구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어느정도 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시속 100km를 오락가락하는 느린 속도까지 곁들였으니,
'나비가 와서 앉을 수도 있겠다'라는 타자들의 푸념도 나올만 하다.

현재 너클볼러로 활약중인 투수는 웨이크필드가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드물다.
100여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메이저리그에서도 너클볼러 투수는 손에 뽑을 정도.
그 중 가장 유명한 투수는 웨이크필드의 사부이기도 한 필 니크로(Phil Niekro).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투수이기도 하며, 1964년부터 1987년까지
통산 318승 274패 방어율 3.35 탈삼진 3,342를 기록하였다.
피츠버그에서 방출당한 뒤 보스턴에서 만난 필 니크로는 웨이크필드의 너클을 완성 시켜 준다.
그 당시 웨이크필드는 제구 안되는 너클에 대해 굉장히 짜증난 예민덩어리 였다고 하는군여. ㅋ


-필 니그로. 역시나 공을 밀어 던지는 모습


-필 니그로 동상. 애틀란타 Turner Fields 에 있다고 합니다.

너클볼은 인기 없다?!
왜 이런 마구와 같은 너클볼을 구사하는 사람이 드문걸까..타자들이 치기 꺼려할 정도의
공을 자유롭게 구사하면 무적이 될것도 같은데말이다.

너클볼의 단점으로는 그 변화무쌍함에 있다. 엥? 뭔말인가. 가장 큰 장점이 단점?
그렇다. 너무나도 알수없는 이 구질 덕택에 확실하게 끝맺음을 줘야 할 마무리나
위기의 순간을 매조지해줄 볼펜에서는 불확실한 도박과도 같은 이 구질을
선택할 수가 없는 것이다.
9회 2사 만루에 풀카운트 한점차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 과연 너클볼을 던질 수 있을까

또, 너무 느린 속도탓에 주자들이 맘 놓고(?) 도루를 할 수 있다. 단타 치고 1루에
나가 2루 가는 건 식은 죽 먹기란 말씀.
게다가 제구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경우 12일날 벌어진 경기처럼 두들겨 맞기 일쑤다.
무브먼트가 덜한 느린공은 힘좋은 타자들이 놓칠리 없을 것이다.

하나 더, 가장 큰 단점. 바로 인기.
화끈한 조쉬 베켓의 직구로 스탠딩 삼진 과 스물스물 너클볼로 삼진 잡는 웨이크필드
이 두 선수의 인기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결과적으로는 똑같은 삼진이지만,
그 과정에서의 차이가 너무 도 크기에 팬들에게 얻는 인기 또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보스턴의 에이스 조쉬 베켓. 역시나 시원한 폼! 강력한 투구!

올해 웨이크필드의 나이가 41살 이라고 한다.ㅎㄷㄷ
대단하다. 그 나이에 선발 자리 하나 꽤차고 앉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니...
그만큼 힘이 덜 드는 구질이 너클볼이다. 과거 전설의 너클볼러들 역시 40대 후반까지
활약했다고 한다. 필 니크로의 경우 48살까지 현역으로 활동!!

우리나라에는 너클볼러가 있지는 않지만, (우리 히어로즈 마일영, 엘지 옥스프링이
던진다고 화제지만 주무기는 아니다)
삼성 라이온즈 전병호 처럼 느림을 주무기로 활동하는 투수가 있다.
시대에 발맞춰 자기만의 무기를 만들어 30대 중반만 되도 퇴물 소리를 닫는 프로야구에서
40살까지 활동하는/할 이들.

휴..나도 너클볼 같은 주무기 하나 장만해야 할텐데..그래야 정년을 넘어 회사생활을..ㅎㅎ
정년 연장을 보장받는 이들이 오늘은 왠지 부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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