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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19살 선발투수 정찬헌

1승9패.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10번 중 그가 올린 성적이다.
('08 시즌 3승 11패 방어율 6.23)

2008년 2차 1순위로 지명되 트윈스 유니폼을 입게된 19살 고졸 루키에게 9패. 그것도 9연패는
커다란 충격일것이다.
그나마 팀 성적이 바닥이라, 4강은 고사하고, 리빙딩 체제에 들어가면서 성적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초반엔 잘 나갔다.

물건너간 신인왕

선발을 맡기전 중간계투로 1군 적응 훈련을 하던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17경기에서 2.84를
기록하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어 스포라이트를 받았었다.
하지만, 무너진 팀 마운드를 위해 선발로 전향되는 희생(?)을 강요받고, 어제 경기까지 9연패를
기록하면서 쉽지않은 프로 1년차를 보내고 있다.

기존 선발이었던 박명환, 이승호, 최원호, 브라운 등이 제 몫을 해주었다면 앞길 창창한
이 어린 투수가 고개 숙이며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안타까운 광경은 흔치 않았을 텐테.. ㅜㅜ

185 - 94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는 정찬헌은 고교야구 MVP 출신 답게 신인때부터 많은 프로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형종, 진야곱, 최원재, 이대은 등 고교 최대어들이 즐비하던
시기라 생각만큼 큰 관심은 아닌 듯 했고..
광주일고 출신이기에 연고지팀인 기아의 선택을 받을 줄 알았으나 기아는 사이드암 전태현을
1차 지명하면서, 이형종에 이어 트윈스의 2차 선택을 받아 줄무늬 쫄쫄이를 입게 된다.

정찬헌의 장단점

140km 중반의 약간 무게감 있는 직구와
폭포수 같지는 않지만 각이 큰 커브,
면도날보다는 커터칼 정도의 슬라이더,
여기에 어설픈 체인지업.

그가 가진 구질은 모두 최상은 절대 아니다.
김광현('88년생), 류현진('87년생), 윤석민('86년생), 이범석('85년생) 등 앞으로 기나긴 레이스를
펼쳐야 할 쟁쟁한 선배 투수들과 비교해 본다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윈스가 그를 2차 1지명으로 뽑은 이유는 그가 가진 마인드에 있다.
정찬헌은 어린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침착함과, 차분한 경기운영 능력, 승부를 피하지 않는 근성을
가지고 있다.
직구의 스피드와 변화구는 동계훈련에서 하드트레이닝을 통해 어느정도 보완이 가능하다.
하지만, 마인드 만큼은 성장배경과, 자신의 의지, 주변의 도움 등 갖춰져야할 조건이 많기에
단시간 내에 만들기는 힘들다. (전 기아 투수 김진우. 실력 하나만은 선동렬의 후계자였었다.)

멘탈 스포츠인 야구에서 정신력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조건 중 하나다.
9회말2아웃에 주자 만루. 타석에 선 타자나 마운드에 선 투수나 모두 120% 긴장되기는 매한가지.
결국 기싸움에서 승리하는 자가 최후에 웃는 법이다.

롤모델


-꼬마곰. 홈런을 맞아도, 투구 할때도 언제나 저 표정이다.

그런 점에서 연고지 라이벌인 두산 임태훈 선수를 롤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
임태훈 선수는 이제 프로2년차로 작년 신인왕으로 이재우와 더불어 팀에 없어서는 안될 필승
계투조로 활약하고 있다. 흔히들 그의 투구를 가리켜 '배짱투'라고 한다.
박빙의 상황에서 주눅들지 않고 타자 몸쪽으로 바짝 붙이는 공은 왠만한 강심장 아니고서는
던지기 힘들다.
(갠적으로는 몸쪽 찌르는 공은 류현진이 쵝오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괴물이니..패스 -_-;)

이런 강심장. 정찬헌 선수도 가지지 말라는 법 없다.
임태훈 만큼 묵직한 직구는 아니지만, 정찬헌 선수에게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훌륭한
기락지가 있다.
여기에 군더더기 없는 투구폼은 잔부상 염려를 덜게 하고, 무너진 선발진 덕분에 루키에게 과분한
1군 선발 수업을 실컷 받을 수 있으니....그의 구위는 당장 내일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트윈스의 미래

이미 가지고 있는 경기 운영 능력과 완급 조절 피칭에 강심장까지 갖춘다면 그는 반드시 트윈스
마운드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그가 삼진을 밥먹듯 잡아내고, 완봉승, 완투승을 거침없이 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투수가 아닌 1,2점은 주지만 절대 한번에 무너지지 않는 항상 꾸준하게 오래가는
선발 투수가 될 거란 점이다.


-94년이후 이렇게 눈에 보이게 기대를 하게 만든 루키가 있었던가...


고졸 루키 1년차에게 많은 기대를 할 수는 있어도 기대만큼 결과를 바라지 말자.
그의 헐렁한 줄무늬 유니폼이 이제서여 조금씩 달라붙으며 몸에 맞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